[나의 해방일지]가 종영이 되고나서야 첫회를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 권하기도 했고,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기도 해서 드문드문 보기 시작했다.
권해준 누군가의 말처럼 엄청 멋있는 누군가가 등장하지도 않았고, 드라마 내내 우울한 분위기에.. 제목과의 연관성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세 남매.. 직장은 서울이지만 집은 경기도인 탓에 먼거리를 출퇴근하며 육체적으로 지치고, 생각이 다른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며 삶을 살아간다.
첫째 기정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감없이 쏟아내며 살아가는 스타일이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내면에 충실하고, 자신만의 인생일 꾸려가려 한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듯 하지만, 내면은 타인에게 따뜻하며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줄 안다. 회사이사에게 자신의 연애를 상담하다 그 사람의 여자친구인 사원이 자신에게 불평을 늘어놓을때 그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창피하다고 하며 울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존심 세우지 않고 먼저 다가간다. 연인인 태훈에게 늘 밝게 웃고 상처받은 순간에는 그 감정을 솔직하게 잘 전달할 줄 아는 그녀가 참 매력적이었다.
둘째 창희. 정말 말 많고, 일도 많고, 탈도 많던 그다. 아버지에게는 근심이었던 그가 쉽지 않은 사회생활과 연애를 겪으며 그 나이에 맞지않는 사람으로 바뀌어간다. 나이에 맞지 않게 임종을 세번이나 경험하며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정리하고 늘 삶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은 그가 자라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셋째 미정. 드라마의 메인축이었던 그녀의 이야기는 구씨와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에 재회한 구씨에게 하는 이야기 중
" 그 새끼는 나한테 돈을 다 갚으면 안 돼. 그 새끼가 얼마나 형편없는 놈인지 오래오래 증명해 보일 거니까. 세상에 증명해 보고 싶어. 내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라서 그놈이 간 게 아니고, 그놈이 형편없는 놈이라서 그따위로 하고 간 거라고. 결혼식장에 가서도 '넌 형편없는 놈이야'라고 느끼게 하고 싶고 그놈이 애를 낳는다면 돌잔치에 가서도 '넌 형편없는 놈이야'라고 느끼게 하고 싶어. 그래서 내가 힘이 없는 거야. 누군가의 형편없음을 증명하기 위한 존재로 나를 세워 놨으니까."
"당신은 내 머릿속의 성역이야. 결심했으니까 당신은 건들지 않기로. 당신이 떠나고 엄마 죽고 아빠 재혼하고 뭔가 계속 버려지는 기분이었어. 어떤 관계에서도 난 한 번도 먼저 떠난 적이 없어. 늘 상대가 먼저 떠났지.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나한테 문제를 찾는 게 너무 괴로우니까 다 개새끼로 만들었던 거야. 근데 당신은 처음부터 결심하고 만난 거니까. '더 이상 개새끼 수집 작업은 하지 않겠다.' 잘돼서 날아갈 것 같으면 기쁘게 날려 보내 줄 거고 바닥을 긴다고 해도 쪽팔려 하지 않을 거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응원만 할 거라고. 당신이 미워질 것 같으면 얼른 속으로 빌었어. 감기 한번 걸리지 않기를.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 하루도 없기를. 근데 난 불행하니까 욱해서 당신을 욕하고 싶으면 얼른 '정찬혁 개새끼'. (피식 웃으며) 되는 건 하나도 없고 어디다 화풀이를 해야 될지 모르겠을 때마다 '정찬혁 개새끼'.그러다가도 문득 '그놈이 돈을 다 갚으면 난 누굴 물어뜯지?' 돈을 다 갚을까 봐 걱정해."
미정은 자신을 묶어놓은 끈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끈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 방법은 구씨에게도 공유되었다. 매일매일의 작은 설레임을 찾는 것. 그리고 나를 괴롭히는 그 상대를 환대하는 것.
처음 이 드라마는 "추앙"이라는 단어를 등장시킴으로서 상당히 당황스럽게 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흘러가며 미정이 생각하는 "추앙"의 의미를 들으며 이 드라마에서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상대를 무조건 믿는 것. 그리고 응원하는 것.
서로를 응원한다는 의미를 몇달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사랑과는 다른 그것.
이 드라마는 사랑보다는 더 깊은 감정을 "추앙"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미정은 그 단어의 의미 그대로 구씨와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정이 "받는여자"인 것처럼 미정 역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게 추앙이던 응원이던.
우리는 필요하다. 타인에게 그렇게 대함으로 우리가 진정으로 해방될 수 있음을 아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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