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재판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는 현직 판사다.

현재 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어릴적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던 그는 20년동안 재판하며 쌓인 이야기들을 풀어내었다.


문 판사는 박차오름이라는 인물에 현실에서 겪은 혼란과 좌절이 많이 투영되었다고 고백하였다고 한다.

"극의 주인공이란 영웅이어야 하고 매력적이어야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내부고발자가 왕따당하고 피해자는 2차 가해를 당하는 것이이었다." "사람들은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 짜증을 낸다. 나는 생채기 하나 입지 않으면서 멀리 어딘가에서 엄청나게 힘세고 완벽한 누군가가 나타나서 세상을 확 뒤집어엎어 주기만 바란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원작인 [미스 함무라비(2006)]를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복잡한 사건들을 재판하는 법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 속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재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판사들은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사실적인 스토리가 압도적이다.


이 속에서 박차오름이라는 신입 판사를 통해 불의를 참지 못하고 다혈질이나 정의감 있고 마음이 따뜻한 인물을 통해 어떻게 사회가 바뀌고 주변인물들에게 영향을 주는지, 사회안에서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깊이있는 질문을 하고 있다.


타인에게 관심없고 원칙주의자 였던 우배석 임바른 판사마저도 그에게 영향을 받고, 주변 모두 그를 눈여겨 보게 된다.


지난 14회에서는 그런 박차오름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온다.

제자를 준강간한 혐의로 징역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의대교수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을 시도하고 그의 배우자역시 손목을 긋는 자살을 시도한데 이어 그들의 가족인 NJ그룹의 언론과 인터넷, 정치적인 총공세에 1심 주심이었던 박차오름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판사는 신이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판사도 세명이 배석을 하고 1심-항소심-대법원까지 3심이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판단때문에 판결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다는 자책감에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자신감마저 없어져버린 박차오름의 모습은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실제 판사들의 판결선고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물론 모든 판사가 박차오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성공충 판사처럼 본인의 출세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도 있고, 판사의 허울이 중요해서 속기사와 연애하는 판사를 못마땅해하는 배곤대 판사도 있고, 조직을 위해 아닌 것을 알면서도 해야하는 수석부장도 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정의를 지키고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은 때로는 남들에게 앞서 비난을 받기도 하고 의도를 의심받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일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또한 최선을 다한 일에서도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때도 있고 그로 인해 오해받고 자신의 신념마저 흔들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영웅을 바란다. 자신들은 희생하지 않고 자신들은 정의롭지 않으면서도 누군가 이 사회를 바꾸어주기를 바란다.

누군가 자신들과 다르면 무리에 섞여 그 사람을 손가락질한다.


그렇지만 박차오름과 같은 사람들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향력이 사회를 서서히 바꾸어간다.

현직 판사가 작가라는 큰 화제성 답게 삶의 철학적인 문제, 사회의 정의에 대한 문제, 정의를 실현하고자하는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 등, 단지 법과 법원이라는 틀 속에서 잔잔하고도 진지하게 풀어냈다.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미스 함무라비].
박차오름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그리고 그를 통해 변화된 주변 사람들이 어떤 결정들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

문유석 판사의 인터뷰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미스 함무라비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익숙한 모든 것들에 문제를 제기하는 예외적인 존재인 박차오름이 아니다.
 임바른, 한세상, 정보왕 등 어떤 방향으로든 박차오름으로 인해 시작된 변화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선의를 외롭게 두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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